역설적이게도 ‘제대로’ 소통하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형편없이’ 소통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에 팀장님을 모시고 ‘심의회’에 참석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사내 심의회는 이사회에 승인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저에게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심의회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물론, 저희 팀장님도 심의회 경험이 많지 않았던 터라 사전에 ‘시나리오’를 작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험이 없다 보니, 시나리오도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심의회 경험이 있던 직원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다행히 심의회 경험이 있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어떤 절차로 진행되며 무엇을 준비하면 되는지 물어보았더니, 심의회 주최 측에서 사전 준비나 유인물, 사회를 직접 보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필요하지 않았으며, 저희 팀에서 올리는 안건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권리 설정이기 때문에 별도로 준비할 것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다행이었습니다. 이 사항을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저희는 말 그대로 아무런 자료, 시나리오 준비 없이 당일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심의회 당일, 행사가 개최가 되는 장소에 미리 도착했습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최 측에서 저희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시나리오는 다 준비하신 거죠?” 저와 팀장님은 그 자리에 서서 꽁꽁 얼어 버렸습니다. 물론, 심의회 전날 주최 측에 여러 번 전화해서 우리 팀에서 무엇을 준비하면 되는지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주최 측 담당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결국 퇴근 시간까지 통화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전에 심의회에 참석했던 직장 동료에게 물어봤던 것입니다. 심의회 개최 시간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그럴수록 초조해졌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면, 행사장에서 컴퓨터를 빌려서라도 시나리오를 작성했겠지만, 행사는 시작되기까지 5분 남짓 남았습니다. 이날 심의회는 ‘부사장’님도 참석하시기 때문에 더욱 초조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발표자는 제가 아니라 ‘팀장’님 이었습니다. 평소에 팀장님은 웬만해서는 평정심을 잃지 않으셨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무척 불안해 보였고 긴장도 많이 하신 듯했습니다. 결국,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유인물 뒷장에 펜으로 시나리오를 겨우 작성했습니다.
마침 심의회는 개최되었고 부서별 담당 팀장이 나와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심의회 때 담당 부서는 특별한 건이 없다면 앉아있기만 하면 주최 측 사회자가 알아서 심의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행사나 심의회가 ‘비대면’으로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저희는 이 부분을 놓친 것입니다. 어쨌든, 심의회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순식간에 저희 팀 차례가 왔습니다. 이렇게 임원들 앞에서 발표할 줄 알았으면, 팀장님께서도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채, 급조한 시나리오로 임원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했습니다. 발표를 하지 않은 저도 긴장이 되고 가슴이 쿵쾅 뛰는데, 팀장님은 얼마나 떨렸을까요. 발표하기 전에, 저에게 담담하게 말씀해 주셨지만 분명히 떨렸을 것입니다. 발표는 자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실력 있는 직원들도 능숙하게 하는 것은 여간 쉽지 않습니다. 특히, 부사장님과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
팀장님이 연단에 서서 인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급조한 시나리오를 읽으셨습니다. 다행히 목소리에 떨리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발표를 진행하셨습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들고 있는 손은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옆에서 앉아서 보았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다른 청중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팀장님처럼 업무 경험이 많고 짬이 찼어도 임원들 앞에서 발표는 역시나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빠르게 생각하고 똑똑하게 말하라》라는 책에서는 발표를 할 때 누구나 ‘긴장’을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발표를 잘하는 사람은, 긴장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받아들이고 잘 관리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그나마 행사장에 미리 참석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하긴 했지만, 심의회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거나 조금 늦었다면, 즉흥적으로 심의회 발표를 진행했거나 어버버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만약 그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저는 남들 앞에서 빠르게 생각하고 똑똑하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려면, 이 책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사전에 발표에 대한 기본 원리를 습득하고 실전 상황에서 응용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습게도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의미 깊은 순간에 임할 준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빠르게 생각하고 똑똑하게 말하라』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1. 이론편. 스탠퍼드식 커뮤니케이션 6가지 기술
- 제1강 침착 : 불안한 짐승을 길들여라
- 제2강 마음열기 : 최대한 평범해져야 한다
- 제3강 재정의 : 관점을 바꾸면 대화 주도권을 되찮을 수 있다
- 제4강 경청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소통이다
- 제5강 구조화 : 대화에도 공식이 필요하다
- 제6강 초점 : 청중의 시선을 잡아라
PART2. 실전편. 상황별 즉석 대화법
- 훈련1 잡담 : 인맥의 기초를 쌓는 대화
- 훈련2 축사, 건배사, 헌사, 소개말 : 마음을 울리는 말은 따로 있다
- 훈련3 설득 : 완벽을 뛰어넘는 설득이란 무엇인가
- 훈련4 질의응답 : 유종의 미를 거두자
- 훈련5 조언 : 적을 만들지 않는 쓴소리
- 훈련6 사과 :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다
『빠르게 생각하고 똑똑하게 말하라』의 저자 맷 에이브러햄스는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조직 행동,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효과적인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커뮤니케이션 강의는 10년 연속 '인기 강의'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동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대중 연설 및 의사소통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빠르게 생각하고 똑똑하게 말하라』는 이런 부분이 좋았습니다.
발표를 준비할 때마다 책의 도움을 받고 어떻게든 잘 넘겼지만, 이번 심의회 발표는 제가 발표자가 아니었음에도 분위기에 압도당했습니다. 시나리오를 급조했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시나리오도 없는 상황에서 발표를 진행하였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앞으로 저는 일할 날들이 많이 남았는데, 이런 상황이 어찌 한 번도 없을까요. 저는 이 책을 한 번 읽었지만, 시간이 날 때 몇 번 더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나리오 없이도 빠르게 생각하고 똑똑하게 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숙달한다면, 앞으로 이런 상황이 저에게 다가오더라도 능숙하게 발표를 진행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테니까요.
긴장이라는 맹수를 길들이는 최고의 방법은 이중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빠르게 생각하고 똑똑하게 말하라』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침착하게 발표하기’에 관심이 있는 분
- ‘경청하기’에 관심이 있는 분
- ‘상황별 대화법’에 관심이 있는 분
- 그래서 ‘빠르게 생각하고 똑똑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분
[이 포스팅은 1. 별도의 원고료를 받지 않고 2. 직접 완독하고 작성된 솔직한 도서 추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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